사서
시끄러운 사서

울 학교 옆에 있는 고등학교에는 사서가 있다. 교육청에서 뽑아서 학교로 배정된 사서라고 했다. 아마 사서 자격증을 가진 계약직 직원일 것이다.
그런데 담임들과 사이가 안좋단다. 애들이 시험공부해야되는데 자꾸만 책을 읽으라고, 독서토론 모임에 오라고, 두터운 독후감 노트를 완성해보자고 해서...
담임들이 싫어하는 것보다 솔직히 부모들이 더 안 좋아하겠지.

정작 중학교인 우리학교에는 사서가 없다. 내가 실험보조교사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도서실 담당 선생님도 수업과 담임업무만도 만만치 않은데 도서실 관련 일이 힘겹고 골머리 아프고 성가실까.
현재 감사받고 있지 못한 그 고등학교의 사서를 우리학교에 좀 보내주세요.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실험 하냐고요, 책을 맘대로 읽냐고요.
그나마 중학교에선 그럴 수 있으니 제발 교육청에선 중학교로 사서를 좀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

by 윤정 | 2009/10/21 10:51 | 교단일기 | 트랙백 | 덧글(2)
학교안전공제
우리반의 호우가 3주 전 쯤 복도에서 장난을 치다가 다쳤다.
코피가 쏟아져서 코 뼈를 다쳤을 거라 생각해서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 보냈는데
MRI인가 뭔가 정밀검사를 해보니 눈 주변의 뼈가 금이 갔단다. 원래 거기가 그렇게 약하다네.
그냥 놔두고 추이를 보자는 의사의 의견.

다음날 학교안전공제회에 사고 경위를 알리고 공제급여를 신청했다.
나한테도 이 말이 어려워 다시 쓰자면 학교에서 보험을 들어놨는데 호우 앞으로 보험금을 신청했다.
어제 결과 통보가 왔는데 진료비와 치료비의 25%를 상계하고 나머지를 돌려받았다.
병원에 낸 21만3천원 중 16만원이 호우 아버지 통장으로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이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진료비도 많이 안들게 되어서.

공제회에서 정한 과실 상계율은
1. 법률이나 교칙의 위반  30/40/50% (각각 유초/중/고)
2. 상당한 주의의무 위반  20/25/30%
3. 통상의 주의의무 위반 10/15/20%

복도에서 장난치지 말라고 늘 주의를 주고 우린 중학교니까 진료, 치료비의 25%는 본인 부담

나도 공제회에 의료비용 신청하는 일은 처음이다.
과학실험이나 체육시간에 이런 일이 있으면 보통은 0%.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 가해자가 보상.

호우도 정말 훈남이지만 그 아버지 역시 훈남이셨다.
보건 선생님께서 응급실로 옮기면서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니 그렇게 침착하실수가 없다고 하셨다.
게다가 아버지께서는 병원에 도착하셔서,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이젠 제가 병원에 있겠으니 걱정말고 가시라고,
어떤 검사를 해야 되는지, 어느 줄에 서야 되는지 제가 잘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하셨단다.
도대체 뭐하는 분이셔? 보건 선생님께서 물어보시길래 내가 자료를 들춰보니 소방관이시다. 역시!!

일방적으로 때린 가해자 부모가 오히려 화를 내는 상황을 많이 봐왔던지라 정말 훈훈했다.
by 윤정 | 2009/10/15 13:37 | 교단일기 | 트랙백 | 덧글(2)
실험 보조 교사
지난 9월부터 실험 보조교사를 채용해서 쓰고 있다.
넘넘넘 편하다. 실험수업 하나 하려면 조별로 미리 준비해야되지, 끝나면 정리해야되지, 그냥 이론 수업의 몇배에 해당하는 사전 준비와 정리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해 준다. 그 선생님 월급이 120만원이니까 그 돈을 과학교사의 수로 나누자면 내가 20만원어치의 에너지를 버는 셈이다. 

나는 그저 실험보고서를 만들고 예비실험을 하고 (이것도 실험 보조 선생님이 준비를 싹 해주신다.) 실험보고서 채점을 하면 된다. 그래도 이론수업보단 일이 많구나.
소모품 수불부는 신경 안써도 된다. (원칙상 실험할 때마다 써야 되는건데 당연히 그 전엔 6달치를 한번에 몰아서 썼다.)
당연히 재고 파악도 쉽다. (그 전엔 시험에 임박해서 물품 구입 결재도 거치기 전에 먼저 과학사로부터 물건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실험시간에도 조별 지도를 도와 주신다. (전엔 혼자서 모든 실험 테이블을 돌면서 햇다.)

 나의 이 모든 편리와 감사는 지금의 20대 대졸자들이 취업하기가 힘들어 국가에서 인턴 뭐뭐라고 하는 사업을 하는 통에 내가 얻게 된 어부지리이다. 그 선생님은 다음달이면 교사임용시험을 쳐야하는데도 높은 경쟁률 때문에 기대를 덜 하는건지 돈이 필요했는지 낮은 임금에도 취직을 했다. 정말 힘겨운 88만원 세대의 전형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된다. 10년 전의 나였다면 그래도 임용시험에 올인했을 것 같은데....

어쨌건 실험할 때마다 선생님께 전하는 감사와 미안함. 그리고 다음달 시험에 행운이 있으시길....
by 윤정 | 2009/10/14 09:56 | 교단일기 | 트랙백 | 덧글(1)
넛지
동아일보에서 읽은 기사,  넛지라는 책이 있나보다. 유명하고 가치있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 읽고 싶지는 않은 ...
처세술이나 자기계발서는, 읽는데 드는 에너지를 실천하는데 사용하는게 더 좋은 것 같다는 개인적 생각.
누가 방법을 모르냐고, 실천을 못해서 문제지...

그래도 요점 만으로도 나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신문을 읽고 내가 이해한 넛지는 교묘하게 잘 짜인 학급 경영방식, 혹은 억지나 강압이 아닌 (것처럼 학생이 느끼도록) 분위기를 몰아가서 공부로 유인하게 하는 방법 정도.

넛지를 실행하는 구체적 방식

1. 디폴트 (기본선택값) - 사람들은 한번 선택한 것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디폴트를 선정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바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 그렇지, 학년 초에 적당한 규칙을 만들어서 지키게 하면 양쪽 다 편하다. 아이 키울때도 완전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을 들여 놓는 것이 부모도 편하고 아이도 올바르게 자란다.

2. 프레임 -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는 경향이 있어 권고하는 선택안 전후에 추가적인 안을 제시하면 중간안을 선택한다. - 맞다. 학급 응집력의 날에 뭘할까, 완전 주관식으로 물어보는 것 보다 몇가지 선택지를 주면 된다.

3. 피드백 - 전기사용을 줄이라고 권하는 대신 전기 사용량이 많은 가정에 보내는 전기사용료 청구서에 부정적 이미지의 이모티콘을 그려넣자 전기 사용량이 줄었다. - 숙제 내어주고 반드시 검사하기... 등등 늘 피드백

4. 정보 공개 - 피드백의 변형방식이다. 환경유해물질 배출량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자 기업들은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지않기 위해 스스로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5. 과정 리허설 - 캠퍼스 구석구석을 이미 알고 잇는 대학 4학년생들에게 헌혈이 가능한 보건센터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나눠주며 헌혈이 가능한 시간대가 언제인지 생각하도록 한 것만으로도 헌혈이 늘어났다. -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조별 프로젝트(예를 들어 "태양계 행성 여행상품 홍보회" 같은 것)는 반드시 계획서를 쓰게하고 전체의 10%정도의 점수를 부여한다.

6. 의사확인 질문 - 투표일 이틀 전에 투표할 것인지 묻는 것만으로도 투표율이 늘어났다. - 뭔가 하기 전에 미리미리 붐을 조성한다.
by 윤정 | 2009/10/14 09:37 | 교단일기 | 트랙백 | 덧글(3)
육감유혹 / 부엌의 여왕

올해 읽은 두권의 요리에 관한 책. 하지만 요리책이 아닌....

가수 싸이의 누나인 박재은이 쓴, 모 일간지의 시리즈를 책으로 묶은 육감유혹.
제목이 좀 그래서 아침독서 시간에 교실에서 이걸 읽으면 애들이 왜 그런 책을 읽냐고 이상하게 본다.
잘 차린 음식을 먹는 부자집에서 태어나 프랑스의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수업을 받고 지금은 푸드 스타일리스트.
그녀가 소개하는, 그녀의 표현을 빌자면 "양풍"의 음식과 조리법이 신기하기도 하고
의외로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맛, 예를 들어 순대볶음이나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장떡 같은 음식은
익숙했던 우리의 음식을 다시 되새겨 보게 하기도 한다.
젊은 나이의 그녀가 우리의 것을 다시 본 것은 아마도 외국에서 그들 특유의 것을 본 경험에 의한 것일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조합한 색다른 맛, 퓨전.
보통은 요리에 관한 책은 그 조리법이 쉽게 느껴지면 따라하고 싶기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글이 제법 세련되고 맛깔스러워서 그런것 같다고, 이건 내가 게으른 탓이 아니라고 변명을 해 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제육볶음과 돼지고기 두루치기, 서로 다른 글에서 한가지 음식을 각도만 달리해서 찍은 사진을 나와있다는 것.
편집상의 오류인지 아님 그냥 비슷한 음식이니 같은 사진을 사용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원래 신문의 글이라면 시간차가 있고 회를 달리한 기사였을텐데...

개인적으로 책을 읽은 다음 행동하게 하는 책이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데 부엌의 여왕이 내게 그렇다.
여름 방학 전에 읽고 방학 때 전기오븐을 샀다. 아자!!
부엌의 여왕은 부제가 더 멋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
나에겐 부엌이 늘 남편과 함께 하고싶은, 좋게 말할 때 그렇고 솔직히 말하자면, 가사분담이 이루어지는 곳이었음 좋겠지만
그녀는 부엌이 혼자만의 자유로운 공간이라 좋다고 한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큰 병을 얻는 바람에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병이 나았는데
지금은 교외에 창이 달린 부엌이 있는 집을 짓고 집 앞 데크에는 장독을 두고 있는 환갑 넘으신 분의 이야기다.
주말엔 늘 엄마의 음식이 그리운 장성한 자식들이 오고 친구들의 모임도 자기집 마당에서 바베큐 파티를 한다.
내가 꿈꾸는 미래다. 돈이 안되어 집을 못짓는다면 최소한 아파트 베란다에서라도 장을 담가 먹고싶은 욕심이 있다.
어쨌건 내 오븐은 아직 가동중이고 (그 전부터 갖고 싶었으나 몇번 쓰고 쳐박아 둘까봐 못사고 있엇는데....)
이 책에 있는 요리들을 따라하고 있다.
애들 학원비 버느라 밖에서 일하지 말고 집에서 엄마가 정성들여 만든 좋은 음식을 먹이고 같이 시간을 보내자, 라고 하는 메시지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by 윤정 | 2009/10/07 09:56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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