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편성고사

어제 수술을 앞두신 선생님 병문안을 갔다가 들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반편성고사를 친 결과 1등이 6명이 나오게 되었단다.
입학식 때 1등 입학자가 선서를 해야하고 장학금도 받기 때문에 1등이 한명 나와야 된다.
교무부장선생님이 그 여섯명을 다시 불러 다른 문제로 시험을 치게 해야된다고 하셨다.

담당 과목 선생님이 채점을 한게 아니니 그 6명의 주관식 답안을 다시 보고 결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과연 오늘 다시 보니 그 중 한명의 정답이 오답으로 채점되어 있어서 그 아이가 1등이 되었다.
출판사에서 무료로 배부하는 문제지 세트를 사용했는데
문제는 전자석의 극을 바꾸려면 에나멜선을 감는 방향을 바꾸는 것 외에 또 어떻게 해야할까요?
정답지에는 "전지의 극을 바꾼다. 외"

우리는 채점 속도가 중요했기 때문에 감독자가 채점을 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여러가지의 답이 나왔고 다른 과목선생님들로부터 이러이러한 답이 정답이냐고 문의가 많았다.
그 한명은 +, -를 바꾼다. 라고 답을 썼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점자가 잘못 채점한것.
어쨌든 다행이다. 복잡한 일 한가지를 덜었다.
내년엔 좀 느리더라도 교과목 담당자가 채점하게 하자고 해야겠다.

그리고 졸업한 아이들 역시 고등학교에 가서 반편성고사를 본다.
분명 불합리한 방법인데 고등학교 교과내용을 본다. 겨울 방학 중 선행학습 필수라는 말이다.
보통의 학생이 혼자서 책을 보고 공부할 수 있나? 학원에 가서 선행학습 하라는 뜻이다. 뭐가 이래?
수학 선생님은 겨울방학 때 자진해서 수학과 심화반 수업을 했다.
아이들의 열의가 대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성공?할건지 아닌지 이야길 해 준다.
우리 학교에서 늘 전교1등하던 애가 줄줄 미끄러질 게 눈에 보인단다.
거꾸로 수행평가, 예체능에 별로 노력 안하고 영어, 수학 심화학습에 열심인 아이는 오히려 고등학교에서 완전 물 만난 물고기.

고등학교에선 당연히 중학교 내신은 믿을 수가 없다.
실력이 똑 같은 두 학생 중 학군이 좋은데서 졸업한 아이가 내신은 나쁘게 나오니까.
게다가 중학교에선 모든 과목의 중요도가 똑같은데 고등학교에선 국영수만 중요하다.
대입을 고등학교 교육의 최고 목표라고 본다면
그 목표달성의 상관관계가 중학교 내신 < 고등학교 내신 < 모의고사 이다.
졸업 전에 그렇다고 이야기해주니까 "왜 영어, 수학만 중요하게 여겨요?" 묻는다.
"머리 나쁘고 노력 안하는 애 걸러내려고 그러는거야. 너 같은애" 하니까 자기도 수긍해서 모두 웃었다.

어쨌거나 올해에도 우리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선서도 하고 3백만원 2백만원  장학금을 받기를 기대해본다.
우리학교는 학생 수도 적고 후진 동네라 실력이 딸리는 편인데 작년에 두학교에서 1등, 2등, 2등을 해서 상당히 고무되었다.
아이들도 졸업할 때 편지에 "꼭 좋은 소식 들리도록 열심히 할게요" 다짐을 했다.

by 윤정 | 2009/02/16 17:59 | 교단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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