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형 주관식 문제
서술형 주관식 문제를 30%이상 내라고 해서 힘들다. 
아무생각 없이 주관식 문제 내는거야 쉽지만 무척이나 다양한 답이 나오면 5지선다 객관식 문제 여러개 내는 것보다 채점이 더 복잡하다. 그래서 딱 떨어지는 서술형 답이 나오게 하는 문제를 내게 되는데 이것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객관식 문제를 맞추게 하는 것보다 더 단순한 사고를 요한다.
교육청(교육부?)에서야 단순 암기에 의해 풀수 있는 문제를 내지 말라고 하지만 엄청나게 다양한 주관식 답이 나오는 가운데 정답 하나만이 답이라고 말해야만 하는 현실적 문제는 누가 해결해주나?

기말고사 8번문제
8. 영호가 현미경으로 양파의 세포 관찰,,,,, 염색 어쩌구 저쩌구...
 (1) 세포를 관찰할 때 사용하는 염색액을 하나만 써라.
 (2) 염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번 정답은 아세트산 카민, 혹은 요오드-요오드화 칼륨(용액)
근데 말도 안되게 지어낸 몇 놈을 빼고도 유의미한 오답이 무려  10가지 - 요오드 용액은 맞다고 쳐도 요오드요오드 칼륨, 요오드 요오드화 칼슘, 요오드, 요오드요오드, 요오드요오드화 용액, 요오드요오드 용액, 요오드칼륨, 요오드화칼륨,,,
실험 시간에 요오드 용액을 써서 이쪽의 오답이 많았다. 실험 보고서에 적어도 세번을 썼을 용어인데도 이렇네. 만약 아세트산 카민을 썼다면 어떤 오답들이 나왔을까?

(2)번 정답은 핵을 염색하기 위해/핵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우리반 조모가 쓴 답 " 염색을 하고싶고 예쁘고 멋있게 보이려고..." 농담이 아니라 진짜 저게 답이라고 적은 것같다. 슬프다. ㅠ.ㅠ;;

수능 출제 교수님의 고충을 들어보니, 왜 수능 문제에 답이 2개면 안되냐고, 그 애 생각이 맞으면 다른 것도 답이 되는 것 아니냐고, 정답만 외우라는 게 교육이냐고, 상한선을 그어놓고 거기에만 맞춰야지 더 나은 생각을 하면 안되냐고...! 일리가 있으신 말씀이다.
그게 몇년 전 수능 물리 사건 이후에 들은 터라 약간은 변명으로 들리기도 했다만.....

독일의 수능, 아비투어는 학생이 재학중인 학교에서 그 학교 선생님이 출제한 서술식 문제를 하루에 한 두과목 본다는데 한국의 교육은 그 수준에 닿길 바라는건 아직 너무 너무 이른가
by 윤정 | 2009/06/29 19:17 | 교단일기 | 트랙백 | 덧글(1)
탤런트 코드

오랜만에 비오니까 좋다.
신문에서 리뷰를 보고 얼른 사서 주말 내내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읽었네. 잘 읽혔다.
천재는 보통, 타고난다고 말한다. 내가 읽은 유전학 책에서도 유전70%와 환경30%라고 말하는데
저자는 교육/연습 방식이 훤씬 더 많이 차지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신경세포를 둘러싸는 미엘린이란 물질을 중요하게 여긴다.  연습을 할수록 신경돌기를 둘러싸는 미엘린이 많아져서 점점 사고와 스킬이 정교화된다고 한다. 연습은 단순한 시간적 연습이 아니다. 제대로된, 완전히 몰두한 심층연습을 통해 미엘린으로 완벽히 절연된 신경은 마치 광통신망(책의 표현은 광대역)의 효과를 얻는다.
천재성이 전세계에 흩어진 일종의 확률이라면 왜 천재적 업적은 한 시기에 한 장소에서 떼지어 나타나나?
브라질의 축구선수들은 왜 후보까지도 천재적인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적 화가며 조각가들. 러시아 어느 동네의 테니스 스타들,미국 어느 시골의 음악학교, 쿠바의 어느 야구클럽..... 왜 천재들은 한 장소에서 떼지어 나타날까?
그리고 한국의 여자골퍼 이야기도 심심찮게 언급되어 더 흥미롭다.
저자의 답은 천재성은 길러진다는거다.
첫번째는 재능의 도가니에서 이루어지는 심층연습, 두번째는 점화라고 부르는 동기유발, 마지막은 천재들이 초기에 만난, 사랑과 인내심을 가진 교사.
나의 수업과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책을 읽기전에도 이미 아는 답이긴 하다.
개개인을 다르게 대할 것. 인내심을 가질 것. 학생을 포기하지 말것. 단지 그 아이는 부모가 주었어야 할, 뇌에 광통신망을 깔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심층연습을 할 프로그램을 짜는 것.
한번 더 읽어야  될 책이다.

by 윤정 | 2009/06/22 09:55 | | 트랙백 | 덧글(0)
엄친아
일년 농사의 첫 단추는 반장 잘 뽑기.
키 크고 잘생기거나 혹은 이쁜데다 공부를 잘하고 착한 아이가 반장이 되도록 물밑 작업을 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동생에게 했더니 뭐 엄친아 뽑는거네. 한다. 글구 보니 정답이군. 엄친아, 엄친딸이 반장이면 일년이 편안하다.
일단 엄친아, 엄친딸이 반장이어야 학급 내에 기강??이 잡힌다. 특히 중학교 1학년은 성적이 떨어지거나 덩치가 작은 애가 반장이면 반장 말이 다른 애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어릴수록 동물들처럼 귀엽고 동물들처럼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산다.
올해 우리반 반장은 엄친아. 흐뭇,
by 윤정 | 2009/03/30 09:54 | 교단일기 | 트랙백 | 덧글(0)
귀여운 1학년
올만에 1학년을 맡다 보니 정말 귀여워, 하는 말이 계속 나온다.
체육관 조회할 때 군기 든 모습, 선생님들끼리 흐뭇해서 눈웃음을 주고 받는다.
한시간 수업을 마치고 내 책을 정리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내 주위로 몰려든다. 아무 구경할 게 없는데도...
청소시간에 수시로 검사해달라고 여기저기서 부른다. 3학년들은 대충 해놓고 그냥 도망갔는데..
선생님, 결혼 했어요? 한거 같애, 안한거 같애? 안한거 같아요. 그렇지? 빨리 해야겠지??
그리고 황당했던건 오늘.
여자애들이 몰려와서 누구누구가 우릴 괴롭혀요.
그 남자애들을 불러 놓고 굳은 표정에 낮은 소리로 한번만 이런 일 더 있으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 했다.
그중 두명이 우는 거다. 1년만 지나도 능글거리면서 장난이었어요, 할 놈들...
어쨌든 아직은 귀엽다. 할머니가 되어서 손주를 보는 느낌이라면 넘 과한가?
by 윤정 | 2009/03/22 02:45 | 교단일기 | 트랙백 | 덧글(2)
새학년

아주 오랜만에 1학년을 맡았다. 넘넘넘 좋다.
아이들도 귀엽고 내 말이 먹힌다.
초등학교에선 6학년 담임이 젤 힘들고 한살 먹은 중학교 1학년은 다시 쉬워진다.
올해 1학년을 맡은 담임들이 교직생활동안의 소원을 학년교무실 칠판에 주르르 적었다.

복도에서 뛰지 말것.
수업 종치면 제자리에 앉아서 책 펴놓기.
화장해서 걸리면 바로 세수하기.
등교시간에 늦으면 복도에 서 있을 것.
교실 앞문으로 다니지 말기.(이건 우리가 생각해도 좀 오버당...ㅋㅋ)

정말 우리의 소원은 사소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아이들이 우리 말을 들으니 너무 행복하다.
작년엔 "내 말 좀 들어 줘" 얼마나 절규했던가.
이 행복, 오래 못갈거란 거 알지만 지금만이라도 만끽하고싶다.
요즘, 학교에 올 맛 난다.

by 윤정 | 2009/03/09 14:04 | 미분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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